EBS다큐 인간의 두 얼굴을 보고.. (다문화, 편견)

다큐멘터리는 7개의 사회실험을 통해 우리 생활에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를 증명하였다. 특히 흥미롭게 본 실험 중 동남아인과 백인이 똑같이 길을 물었는데 사람들이 백인들에게만 친절히 길을 알려줬다. 이는 분명히 동남아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, 그 배경에는 동남아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이 있을것이다.
내가 어릴 때 아버지께서는 국제결혼업체를 운영하셨다. 국제결혼업체를 이용하는 대부분은 나이 많고 시골에 사는 남성이 많았고 그들에게 시집가는 베트남 여성들은 주체성이 없다고 생각되었다. 또한 그러한 여성들은 배운 것이 없고 가족을 위해 돈을 받고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불쌍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. 어떤 하루는 집에 부모님이 늦게 오셔서 베트남 여성분이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는데,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불쌍하다고 생각된 여성분에게 학교에서 배운 곱셈을 알려주려고 하였다. 그 여성분은 웃으면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고, 나는 내심 뿌듯했다.
하지만 후에 알게 된 이야기로는 그 베트남 여성분은 베트남에서 내로라하는 대학교에 한국어 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한 엘리트 여성이었다. 베트남에서의 여성으로서 지위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한국으로 이주하여 한국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한국 사람과 결혼했던 전략적인 행위였던 것이다.
그 순간 나의 자기중심적이고 편견으로 가득 찬 오만한 사고에 창피함을 느꼈고, 나의 착각으로 비롯된 그 행위가 베트남 여성분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에 너무 죄송했다. 나의 일부의 경험이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아 이주 여성들에 대해 단순하게 일반화를 하였던 것이다.
이러한 경험이 어떤 간호사가 임상에서 일하고 있을 때 베트남 여성에게 행하여졌다고 생각해보았다. 간호사가 이주 여성은 못 배우고 주체성이 없으며, 돈 때문에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인해 질병을 환자에게 설명해도 모를 거라고 판단했다. 이로 인해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여 환자의 상태를 배우자에게만 말하려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. 환자는 간호사를 불신하게 되고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치료가 잘 진행되지 않고, 건강상태는 악화될 수도 있다. 이는 또한 분명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환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사건이 되었을 것이다.
다큐멘터리를 보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비롯된 착각은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. 환자의 옹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 간호사에게는 성급한 착각은 환자의 질병(disease)과 아픔(illness) 모두 악화시킬 수 있다. 물론 긍정적인 착각은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지만, 다문화 사회에서는 착각이 인종주의와 사회적 거리감에 비롯된 것이 아닌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. 또한, 이주민과의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는 자기인식을 하여 문화적 역량을 겸비한 의료인으로 거듭나고 싶다.